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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의 총 생물종은 약 3000만종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야생동식물의 남획, 각종 개발 및 환경오염 등으로 자연 서식지의 파괴에 따라 매년 2만5000종에서 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종의 감소는 이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단절시켜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합니다. 올해는 1995년 1월 1일 국내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된 지 30년이 됩니다. 동식물을 아우르는 종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만 알지 못했던 신기한 생태 이야기를 ‘에코피디아(환경 eco+사전 encyclopedia)’란을 통해 국립생태원 연구원들로부터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외래꽃사슴[국립생태원 제공]
우리나라에서 사슴은 오랫동안 아름답고 친근한 동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숲을 거니는 사슴의 모습은 평화롭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섬 생태계에 자리 잡은 외래 꽃사슴(Cervus nippon spp.)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사육 목적으로 들여왔다가 수익성 악화로 사육이 포기되면서 방사되거나 탈출해 도서지역에 정착했고, 현재 굴업도·난지도·안마도 등 섬들을 중심으로 번성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이들은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게 풀을 뜯는 듯하지만, 그 뒤에는 섬 생태계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굴업도, 난지도, 안마도의 식생 분포를 위성으로 분석한 결과, 어린 소나무와 상록활엽수 묘목이 30% 이상 줄었고 초본식생 피복률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발굽에 의해 파헤쳐진 산비탈은 빗물에 쉽게 무너져 내리며, 숲의 건강성과 회복력 전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피해는 숲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섬의 농경지에서는 감자와 고구마 같은 뿌리작물이 반복적으로 사라졌고, 일부 마을에서는 한 해 피해액이 수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안마도의 경우 최근 5년간 농작물 피해액이 약 1억 6000만 원에 달했으며, 지역 특산물인 꾸지뽕나무 200주가 고사하는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번식기에 울려 퍼지는 꽃사슴의 큰 울음소리는 주민들의 수면을 방해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외래꽃사슴에 의한 수목훼손[국립생태원 제공]
공중보건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외래 꽃사슴은 야생진드기의 주요 숙주로, 리케차 바이러스 등 인수공통전염병을 퍼뜨릴 위험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생태 피해를 넘어 사람과 가축 모두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생태원은 2024년 도서지역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굴업도의 개머리 능선과 난지도·안마도의 산림 전역에서 서식 흔적이 확인됐고, 이는 앞으로의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사와 연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적 결단과 실행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국립생태원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외래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기 위해 ‘야생생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래 꽃사슴의 관리를 위해서는 단순히 울타리를 설치하는 임시적 대책을 넘어, 포획·이주·서식지 관리 등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또 지역 주민과의 협력해 피해를 직접 겪는 주민들이 관리에 참여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외래 꽃사슴은 매력적인 동물이지만, 이 땅의 원래 주인은 아닙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사슴의 귀여움이 아니라 섬 숲 전체의 건강성과 회복력입니다. 도서지역의 숲은 수많은 생명의 터전이자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기반입니다. 외래 꽃사슴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길은 분명해집니다. 그것은 섬과 마을,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