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까지 전국 3만명 ‘가구 방문’
개인정보 탈취 ‘사칭 범죄’ 오해
폭언 등 감내… 안전 ‘사각지대’
“위협적 응답, 온라인 진행 요청”








인구주택총조사의 가구 방문 조사원인 김혜원(가명)씨는 최근 조사 대상자에게 폭언을 듣고 문전박대를 당했다.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의 가구를 방문한 김씨를 향해 조사자는 “국가에서 보낸 조사원이 맞나”, “이런 정보까지 왜 파고들어 묻나”, “정보를 어디 도용하려 하나”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씨가 조사 과정에서 종교와 집 계약 형태, 이혼 여부 등 상세한 정보를 묻자 발생한 상황이었다. 당시 남성인 조사자의 공격적 어투에 혼자 있는 김씨는 당황감을 감출 수 없었고, 조사자가 현관문을 닫으며 조사는 중지됐다. 결국 김씨는 다음날 담당 관리자에게 동행 출장을 요청했고, 현재는 2인 1조로 다니고 있다.
그는 “조사요원증을 보여줘도 민감한 질문들이 나오면 신분을 재차 확인하며 중단되는 일들이 종종 있다”며 “당시 겪은 폭언의 사례는 흔치 않았지만, 순간 얼어붙고 버벅대 제대로 취지를 설명 못 했다. 조사 취지상 어쩔 수 없이 묻는다 해도, 혼자라 당황했다. 오히려 상대가 조사를 중지해 주길 바랐다”고 토로했다.
최근 공무원을 사칭한 피싱 범죄들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5년 만에 진행된 인구주택총조사의 방문 조사원들이 피싱범으로 몰려 폭언과 욕설을 듣는 등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3만명의 통계조사원이 가구 방문 면접조사를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관리자를 중심으로 정부 소속 공무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번 조사를 앞두고 지난 8~9월 동안 도급 계약 형식으로 뽑힌 임시 직원들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조사 가구 대상자들의 반발에 대응이 익숙하지 않아 안전을 위협받는 조사원들의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인구주택총조사의 조사원을 사칭하고 찾아와 주민등록번호와 신용카드 번호, 계좌 비밀번호 등을 물어보는 유사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싱범들은 위조 요원증까지 소지해 당국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칭 수법 등의 경고를 안내한 상태다. 이에 민감한 직업 정보 등을 묻는 인구주택총조사 특성상 김씨처럼 실제 조사원들까지 오해받고 위협당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 여건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조사는 주로 요원 1인이 각 세대를 방문하며 위험 지역을 맡거나 관리자에게 요청할 경우에 한해 2인 1조로 진행된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현장에 위협적이거나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조사자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조사원들에게 위협적 조사자가 있다면 중단하라는 등의 안전 교육을 사전에 진행했다. 위협적인 응답 가구 쪽에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 조사를 대신 요청하며 대응 중이다”고 말했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