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

김 여사 “가방 두 번 받았지만 대가성 없었다”


━

전면 부정서 입장 바꿔…법정서 진실 밝혀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대선 직후 통일교 측에서 제공한 샤넬백을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시인했다. 김 여사의 변호인단은 어제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여사는 전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선물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그전까지 샤넬백을 포함한 각종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던 김 여사 측이 부분 인정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전씨가 기존 진술을 뒤집는 등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재판 대응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 여사가 특검 수사에서 부분적으로 거짓말했다는 걸 고백한 셈인데, 더 이상의 거짓말은 없어야 한다.
김 여사 측은 샤넬백 수수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통일교 측에서 고가의 선물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한 뜻에서 줬다는 것인데,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김 여사 측은 통일교 측에서 6000만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받았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김 여사에게 목걸이를 전달했다는 전씨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김 여사 둘 중 한 명은 거짓말하는 셈이다.
그동안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김 여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의 이권 개입 의혹,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 경기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명품 가방·목걸이 등 금품 수수 의혹은 그중 일부일 뿐이다. 김 여사는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지만, 지난 정권의 핵심부에서 있었던 수많은 의혹의 실상이 특검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마치 양파껍질처럼 한 꺼풀씩 드러나고 있다. 이제라도 김 여사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들은 얄팍한 거짓말로 법적 책임을 모면할 생각을 버리고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법정에서 각종 의혹의 진실을 철저히 밝혀야 할 의무는 윤 전 대통령에게도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16회 연속으로 재판에 불출석했다가 지난달 말부터 법정에 다시 나왔다. 지난 3일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해 국군의날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그런 발언은 없었다”고 했지만, 추가 조사와 진상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과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통수권자였던 윤 전 대통령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무가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